디자이너, 무엇과 함께하며 걷는가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일본 디자인의 거장 나가오카 겐메이의 일상과 철학을 따라가는 에세이. 디자이너가 무엇과 함께하며 어떻게 걸어가는지를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얼마 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인기리에 종영되었습니다. 회를 거듭하며 드라마는 물론이고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특히 매력적인 남주인공 수하 역을 맡았던 이종석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미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본방사수'에 열심이셨던 어머니는 아직도 여운이

남으시는지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곤 하십니다. 우리 아들 지금도 멋있지만 앞으로 이종석같이

멋진 남자가 되면 더 좋겠어.

몇 번 드라마를 챙겨본 저로써도 그 안에 등장한 수하의 매력에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제가 그의

행동양식이나 마인드를 흉내낸다고 그만큼의 멋과 매력이 새살돋듯 생겨날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이쯤에서 새로운 모습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역사를 가지게 됩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만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것입니다.

때문에 어떤 것에 새로운 모습을 입히고자 할때 그 중심에는 정체성이 오롯이 존재해야 자연스러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담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책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 에서

나가오카 겐메이가 보여준 행보가 바로 그런 방향성을 가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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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가오카 겐메이가 디자인 잡화점 D&d epartment를 일본 47개 지역에 퍼뜨리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작성했던 일기의 모음입니다. 여기엔 프로젝트를 통해 도쿄에 집중된 디자인의 저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독특한 형태로 이어져온 일본의 공예품과 특산물을 계승하고 재창조하는 방법을

찾아보려한 노력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일본 고유의 정체성에 디자인의 시선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옷을 입히려는 노력입니다. 일기 형태로 쓰여졌기 때문인지 읽다보면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묘미도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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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은 책 중간중간 드러내는 푸근한 인상만큼이나 부드럽습니다. 하지만 속에 담긴 그만의 통찰은

읽는이에게 조언이 되고, 질문이 되고, 영감이 되어줍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디자인이라는 틀 안에서 디자인을 찾으려고 한다.'는 그의 말은

어느 디자이너에게는 선배 디자이너로서의 조언이 되고, '평가나 체제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부족해도 상관없습니다. 하나 하나 고쳐나가면 되니까요. 순수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지속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라는 말은 당신은 어떻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또 '모든 일은 대부분 버리는 방법을 통하여 진행된다고, 나는 생각한다.'라는 구절은 문제에 막힌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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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미에서 김경균 아시아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총감독의 글 중 인상깊은 구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툴을 적당히 다룰 수 있다는 것, 철야에 자신 있다는 것, 견적을 싸게 낼 수 있다는 것,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따라 컬러나 서체, 심지어 콘셉트까지도 즉각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코 국제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여기서 동시에 나가오카 겐메이의 프로젝트를 떠올려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 다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고, 자신있어 해야 하는 것은 스스로의 비전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