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애플 에 입사한 디자이너 김윤재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평소 미니멀리즘 아이콘 디자인을 즐겼던 그는 얼마 전 온라인 포트폴리오 사이트 비핸스에 자신의 작업을 업로드 했습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이 궁금했던 거지요. 그런데 그의 작업물을 본 전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 총장 존 마에다가 그것을 리트윗하면서, 곧 애플과 에어비엔비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결국 지난 9월부터는 애플 본사에서 아이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이런 영화같은 스카웃을 꿈꾸지 않을 사람은 없으니까요. 관련 기사를 보니 애플이 김윤재씨를 선택한 것은 그의 디자인 능력 혹은 개인적인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라는 사람들의 댓글들을 보였습니다. 그에 대해 전혀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저는 그보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사실 김윤재씨의 이야기가 무척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와 유사한 형태의 일들이 이미 수 없이 많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중요한 점은 이미 우리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연결은 비핸스나 노트폴리오 혹은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이 존재할 수 있게 하고, 디자이너 혹은 예술가들이 '연결'과 '참여'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작업을 추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위와같은 발상 혹은 관련된 작업들이 지금 막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한계 혹은 새로운 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 수 없이 시도되고 실험되고 있다는 점에서 헬렌 암스트롱과 즈베즈다나 스토이메로브이치의 책《참여디자인》은 탐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 디자인을 이용한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완성된 작품을 수동적인 관객에게 전달하기보다 열신 생산 시스템을 만든다. 사용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빈 공간을 완성한다는 기대감으로 다가가 활발하게 콘텐츠를 투입한다." - 헬렌 암스트롱-
책은 독자들이 참여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여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쉬운 설명은 물론이고. '참여'의 개념을 활용하여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 그리고 의지있는 독자들이 실제로 참여디자인을 따라해볼 수 있도록 짧은 레퍼런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커뮤니티, 모듈, 유연성, 기술이라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참여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참여'라는 주제로 묶여있지만 책이 담고있는 영역은 프린트에서 디지털, 의류, 공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광범위 합니다. 때문에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나랑은 좀 동떨어진 얘기야. 나는 캐릭터 디자이너라고! 이 많은 것들이 다 나와 무슨 상관이지?' 그에 대한 답변을 책의 글귀를 빌려서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디자이너는 무언가를 발상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사람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범주의 도구와 방법을 다양하게 매치시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각 분야의 디자이너로서 가지는 능력과 작업 프로세스들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인프라가 마련된 상황에서-이를테면 인터넷, 소셜미디어- 자신의 작업이 표현하거나 이루고자 하는 목적에 '참여'디자인이라는 형태의 새로운 개념들을 적용해보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이야기지요. 디자이너 스테판 부셰의 이야기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네요. 그의 참여 디자인 프로젝트인 데일리 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결과적으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었고, 원래 목적이던 자신의 작업 '잉크 얼룩 몬스터'를 주제로 한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지요.


우리가 참여 디자인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제는 옆집 꼬마아이부터 윗집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통해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질적인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디자이너들이 해오던 일들을 이제는 집에서 개인들이 스스로 해결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이는 디자이너의 미래에 대한 어떤 불안감을 주지만, 반대로 전문 디자이너들이 창작가능한 참여자들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민주화와 함께 그래픽 디자이너의 근본적인 역할이 멘토, 스승, 리더로 옮겨가고 있다."
작년 어느 광고 행사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바로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 마케터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끊임없이 스스로를 계발해야하는 시대이지만, 거기에 더불어 현재의 기술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일텝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참여 디자인에 대해 들여다보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언젠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요.
참여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