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의 비밀 | 폰트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갖는 여행.

매일 접하지만 쉽게 지나치는 폰트의 세계. 고딕과 명조의 차이부터 서체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까지, 폰트를 보는 새로운 눈을 키워주는 책입니다.

얼마 전 웃픈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프리랜서 웹디자이너가 네이버의 나눔고딕체를 이용해 웹사이트를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었니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한다. "폰트가 좀 마음에 안드는데, 네이버에서 만든 폰트를 사용해보면 어떨까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디자이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이야기가 실화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방법이 없지만, 분명 요즘처럼 폰트에 대해 어느정도 호불호를 결정할 만큼 사람들이 폰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각 매체 특성에 맞는 다양한 서체들이 사용되고 있고, 특히 사람들이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자료를 만드는 등 생산자의 입장에서 폰트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일까.

이처럼 다양한 폰트가 만들어지고, 폰트를 사용하는 일이 늘면서 생기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다. 바로 '어떤 폰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것. 영문 폰트까지 포함하면 경우의 수는 몇 배로 많아진다. 타이포그래피를 익힌 디자이너들이라면 나름의 기준과 지식을 바탕으로 폰트를 선택해내는데 무리가 없겠지만, 문제는 폰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폰트 사용자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좋은 책을 소개한다. 고바야시 아키라의 책《폰트의 비밀》은 그 머릿말에서 밝히듯 많은 폰트 종류 가운데 어떤 폰트를 고르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쓰여졌다.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젊은 시절 고바야시 아키라는 로마자의 기초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부족했던 영어실력에 돈도 별로 없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런던행 티켓을 끊었다. 그렇게 시작된 1년 반의 런던 생활은 야간학교에서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도서관에서 책으로 공부하는 방법으로 채워졌고, 그 열정은 훗날 세계적인 서체 디자인 공모전에서 2번의 그랑프리를 수상하게 하며 그를 모노타입 사의 타입디렉터로 만들어주었다. 이 책에는 쉽지 않았을 도전으로 시작된 로마자 서체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대로 담겨있고, 그것을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으로 풀어낸다.

《폰트의 비밀》은 폰트 나라의 친절한 가이드 고바야시 아키라와 함께하는 폰트 여행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브랜드의 로고 이야기부터 유럽의 거리에서 만난 폰트들, 그리고 폰트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설명들까지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틈틈이 찍은 다양한 사진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총 67가지의 폰트에 대해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타이포그래픽 도서에서 다루어지는 x-height같은 구체적인 용어는 다루지 않는만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입문서로서 제격이다.

이미지

이미지

이미지

작년 9월 타이포그래피 서울과 함께 한 고바야시 아키라의 세미나에 참석했었다. 그는 강연 내내 매우 유쾌하면서도 진지했었다. 세미나 시작 전 구석에 있는 소화전 글씨를 카메라에 담는 그의 모습에서 폰트에 대한 그의 호기심과 열정이 보였다. 참고로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세미나 내내 그는 '형태를 보는 눈'을 가지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이를테면 우리가 폰트라고 생각하는 검정색의 글꼴 형태는 흰 색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흰 색의 사이 공간이 적절히 분산되었을 때 좋은 폰트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 글자를 한 글자씩 보기 보다는 단어의 단위로 보는 훈련을 권하기도 했다. 이 말을 상기하며 책을 읽는다면 폰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곳을 보는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데 있다.'라는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에 따르면 《폰트의 비밀》은 가히 여행이라 할만하다. 우리가 그동안 일상에서 무수히 지나쳐왔던 폰트들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단언컨데 이 책을 읽고나면 루이비통 로고나 인천공항의 안내판들이 그 전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올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도 함께 챙겨 두 번의 여행을 떠나보자. 혹시 여행을 떠날 여유가 없더라도 걱정 할 필요 없겠다.

폰트의 비밀 1